스토리 채소파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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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입력 : 2024-08-25 07:37
본문
한적한 골목 귀퉁이
담장밑 모서리를 차지하고
한 평도 안되는 좁은 곳에
작은 좌판을 펼쳤다.
상추 몇 무더기와
오이 몇 개
당근 몇 개...
그리고
양파와 마늘도
몇 무더기...
♥︎
아무리 둘러 봐도
값 나가는 물건은 없다.
지나는 손님들을
하늘 바라보듯 우러러 보며
행여 팔아 줄 사람을
눈 빠지게 기다려 보지만
영 시원찮다.
그도 그럴 것이
할머니의 좌판 물건은
아무리 둘러 봐도
보잘 것이 없다.
♥︎♥︎
문득,
발길을 멈춘 새댁...
"할머니, 이거 전부해서 얼마예요?"
"응~ 이거 전부해서 5,000원에 가져가~ 내가 새댁이 너무 예뻐서 싸게 주는 거여~"
"할머니, 고맙습니다~"
인정이로다.
어여쁜 인정이로다.
무엇하나 보잘 것 없는
할머니의 좌판 물건을
몽땅 사주던 그 색시...
복 받을껴~
♥︎♥︎♥︎
할머니가 계시는
골목 담장밑에도
하루해는 어김없이
세월을 삼킨다.
저녁노을 붉게 물들며
그렇게 날이 저물어 갈 즈음
할아버지께서 나오셨다.
할아버지께서는
손자 용돈만큼의 용돈을
할머니에게서 받아 가신다.
할아버지께서는
이제야 뒷짐지고
허리를 쭉 펼 용기가 생겼다.
♥︎♥︎♥︎♥︎
비록,
막걸리 한 병 값이지만
그것이 할아버지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되었으리라.
할머니께서 쥐어 주신
막걸리 한 병값...
제법 큰 걸음으로
바삐 달려가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막걸리 한 사발을 권하는
할아버지...
♥︎♥︎♥︎♥︎♥︎
할아버지의
뽀얀 막걸리 한 잔에는
할머니의
애틋한 정 한 잔과
가득 넘치는
사랑 한 잔이 어려있다.
그것이 사랑이어라...
어여쁜 사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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