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조의금 축의금 받는 '키오스크 접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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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모든 게 단숨에
또는
한 순간에 바뀌고
또 바뀌는
급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들이 그토록 바라던
문명의 꿈은
이제
인간들이 상상으로 만족했던
그 이상을 뛰어 넘어
모든 게 현실이 되어
숨가쁘게
변화를 거듭하고,
인간들이 꿈꾸어 오던 꿈들이
현실화 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
사람이 죽었다.
동네 고샅고샅은
슬픔으로 가득했고,
상가집 지붕엔
혼불이 올랐다.
마당엔
이미 멍석이 펼쳐지고,
천막을 세웠다.
여기저기
조문객을 맞을 채비에 분주하고,
조문객을 대접할 상차림으로
부엌은 발디딜 틈이 없다.
마당에는
술상이 거판하게 차려지고,
밤새도록 노름판이 펼쳐졌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초상집 가면
술 마시고 화투를 치며
밤샘하는 이가 많았다.
그리고
누구 하나 이런 문화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빈소가 쓸쓸해선 안 된다는
사회 통념이 만든 장례 문화였다.
♥︎♥︎♥︎♥︎♥︎♥︎♥︎
부조 봉투에는
격식을 차려 적고,
영정앞에서는
정성을 다해 절을 올렸다.
하얀 봉투나 노란 봉투에
사인펜이나 붓펜으로
賻儀(부의)라고 적었고,
속지에 위로
문구와 조의금 액수를 적을 때도
손 글씨로 정성 들여 썼다.
또한
경조사에 빠지는 것은
큰 결례였다.
♥︎♥︎♥︎♥︎♥︎♥︎♥︎
워낙
하객과 조문객으로
북적대다 보니
이런저런 사고도
적지 않았다.
특히
축의금이나
부의금 봉투를
엉뚱한 부조함에 넣었다가
다시 되찾는 소동이
종종 빚어지기도 했고,
부조함속 돈을
슬쩍하는 범죄도
끊이지 않았다.
밤새 노름판을 벌이다가
폐가망신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였고,
노름판에서 돈을 모두 잃고
부의금에 손을 대는 경우도
흔하게 발생하곤 했었다.
♥︎♥︎♥︎♥︎♥︎♥︎♥︎
그런데
시대의 흐름은
그러한 전통문화 조차
변하게 만들었다.
최근에 지어진
장례식장의 조의금 접수대는
'키오스크'로 바뀌었다.
그러한 현실은
결혼식장 역시 마찬가지다.
결혼식 축의금을
사람이 받는 접수대가 없어지고,
대신 컴퓨터 모니터에
축의금을 직접 입력하는
키오스크가 등장한 것이다.
키오스크에 축의금을 넣고
하객 이름을 남기면
주차권과 식권이 나온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데 익숙한
MZ세대는
편리하다며 반기지만,
“축의금을 기계가 받느냐”며
낯설어하는 이도 적지 않다.
♥︎♥︎♥︎♥︎♥︎♥︎♥︎
축의금 키오스크 이전에도
모바일로 청첩장 돌리고
부고를 알리는 세태는
이미 낯설지 않은
일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오랫동안
결혼식과 장례식에 참석하기
어려웠던 상황도
‘SNS로 성의 표시’라는 신풍속을
빠르게 확산시켰었다.
모바일 부조금을 받은 이들은
도난과 분실 위험이 없어서
좋다고 한다.
부조금은 미래의 부채인데
혼주나 상주 이름과 계좌를
모두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돈을 보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는다.
관가에선
모바일 부조가
법정 한도를 넘는 부조금을 받았을 때
되돌려주기 편리하다며
선호하기도 한다.
♥︎♥︎♥︎♥︎♥︎♥︎♥︎
시대가 바뀌면
축하와 위로의 방식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결혼 축의금 접수
키오스크가 생겨난 데는
돈을 대신 받아 줄
사촌조차 드물어진
저출생 시대의 음영도
함께 드리워져 있는 듯 하다.
요즘엔 전과 달리
상가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게
예의라고 한다.
부의금을 속지로 싸면 번거롭다며
봉투에
돈만 넣으라는 상주도 있다고 한다.
♥︎♥︎♥︎♥︎♥︎♥︎♥︎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이웃의 기쁜 일과 슬픈 일에
함께 웃고 우는 마음만은
바뀔 수 없을 것이지만,
가파르게 변해가는 세태에
인간의 정이
풋풋하게 묻어 나던
시절에 대한
아쉬움도 조금은 남는다.
그러나
어찌하랴.
시대가 그런 시대니
시대의 흐름에 따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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