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둠벙에서 세월을 낚으시던 할아버지.. >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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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벌둠벙에서 세월을 낚으시던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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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입력 : 2024-09-10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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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는

자작 자작 내리는 맛이 있어

그 느낌이 좋습니다.


조용히 귀 기울이는 동안도

자작 자작 내리는 비...


지금 내리는 저 여름비는

사나이 가슴을 울리고

여인의 심금을 울리고

매말랐던 생명들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만물의 성장샘을 자극하여

키를 키우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리는 저 자작비는

키를 키우는 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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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린 시절,

비오는 날이 생각 납니다.


이른 새벽,

논에 물고를 맞추고 돌아오시던

할아버지의 등에는 짚을 묶어 만든

초롱이가 걸쳐져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생기 넘치는

그 모습에서 풍겨 오던

내 할아버지만의 향기...


그 향기가 콧속을 자극하는 듯

지금도 잊혀지질 않고 내 콧속에

잊지 못할 기억으로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땀냄새는

아련한 기억속에 떠오르는

참 정감있고 향기로운 냄새입니다.


당시 내 할아버지께서는

백의민족의 표본이셨습니다


하얀 옷을 입으시고

무릎 아래까지 접어 올린 바지...


그리고,

하얀 모시옷에

바람에 날리듯 살짝 걸친 조끼...


그렇게 정겹던 내 할아버지의 모습이

추억으로 남아 흐린 기억속에 아른대는

자작비 내리는 여름날 아침입니다.


내 할아버지는

낚시를 무척 좋아 하시는

낭만 강태공이셨습니다.


지금도 벌둠벙에 앉아

세월을 낚으시던

할아버지의 평안한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져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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