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낭애팥죽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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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바로 "견우와 직녀"가 그토록 기다려 오던 "칠월칠석" 만남의 날입니다.
이제, 오늘 이후로는 머리 벗겨진 까치와 까마귀를 자주 만나게 될 듯 합니다.
어스름 저녁 무렵에 울어 대는 풀벌레 소리가 오늘따라 유독 더 크게 들려 오더군요.
더욱 소란해진 풀벌레 소리는 계절이 지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입추" 절기도 지났으니, 이제 곧 이 무더위도 한 풀 꺾일거라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칠월칠석"을 즈음하여,
여름밤 시골집 마당에 둥근 "멧방석"과 직사각형의 "멍석"이 펼쳐지는 날이면 아이들의 축제가 펼쳐지곤 했었죠.
맛깔난 "낭애팥죽"을 끓이는 날이라는 걸 직감한 아이들은 어두워진 밤하늘을 가득 메우고 촘촘히 박혀있는 은쟁반 같은 "미리네 은하수"를 경험했습니다.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 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아이들이 함께 부르던 그 시절 그 노랫소리는 천상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아름다운 소리였죠.
지금도 아련하게 그 아름답고 청순했던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귓가에 가물가물 들려 오는 듯 합니다.
♥︎♥︎♥︎♥︎♥︎♥︎♥︎
그렇게 밤하늘의 별을 보며 꿈을 키우던 아이들의 합창이 이어질 때,
어머니께서는 마당 한 켠에 걸어 둔 검은 가마솥에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낭애팥죽"을 끓이고 계셨습니다.
이마에 땀방울이 비오듯 쏟아 지지만, 초랑한 눈동자의 귀여운 자식들에게 먹일 마음에 기쁨으로 끓여 주시던 "낭애팥죽"...
걸쭉하게 팥을 갈아 넣고, 칼국수처럼 면을 썰어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표 "낭애팥죽"...
쑥대를 올려 피워대던 모깃불의 메케한 냄새를 맡아 가며, 맛나게 한 그릇 뚝딱 비워내던 "낭애팥죽"...
어머니표 "낭애팥죽"이 생각나는 여름밤, "칠월칠석"에 밤을 사위어 풀벌레가 울어 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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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kaky1130님의 댓글
kaky1130 작성일전라도에서 많이먹는 팥칼국수네요.

해울그룹님의 댓글의 댓글
해울그룹 작성일
그런가요?
요즘은 서울에서도 많이 먹게 되더군요.
여름 더위에 차거운 성질을 띤 팥칼국수 만큼 든든한 음식도 없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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