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아버지와 깐치, 그리고 쓰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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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
아무리 두터운 외투를 걸쳐도
뜨거운 가슴조차 싸해지는 날씨다.
이 정도 추위면
아이들을 위해 물을 잡아 놓은
동구밖 논배미에 얼음이 꽁꽁 얼어
"쓰케트" 타기에 딱 좋은 날씨다.
똑다리 물도,
벌둠벙 물도,
이미 꽁꽁 얼어 붙었을 날씨다.
찬수네 점빵 앞
일로네 논은
이미 꽁꽁 얼어 붙었다.
내고향 배양골...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형상의 마을이라해서
뱀골, 배암골, 배양골이다.
날씨는 추워도
따스한 정이 있어
마음 훈훈했던
내고향 배양골...
500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내 고향 배양골...
그 시절,
추억 하나 떠올라
베시시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밤을 새워
차거운 북풍이 몰아 치고,
찬바람에 문풍지
워워 울어 대더니,
문고리에
손이 쩍쩍 달라 붙을 만큼의
강한 추위가 밀려 들었다.
"상욱아. 동구밖 똑다리에
깐치가 얼어 죽었더라" 하시며,
빙그레 웃으시던 아버지...
평소,
거짓말을 못하시던 아버지의
이어지는 헛기침 소리...
아버지의 다정하셨던
그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듯
스쳐지나는 아침...
그 해 그 겨울의
따뜻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겨울날의 아침이다.
헛간에 앉아
판자와 각기목,
그리고
학교 유리창 창틀에서
소사 아저씨 몰래 뜯어온 네루와
못 몇 개...
톱과 망치,
뺀찌를 앞에 놓고
몇 시간째 씨름 중이다.
동구밖 논에서
얼음을 지칠
쓰케트를 만드는 중...
참고로,
내고향에서는 "썰매"를
"쓰케트"라고 했었다.
각기목을
같은 크기로 자른 뒤
나란히 놓고,
네루를
각기목 아래에
고정해서 붙이고,
판자를 잘라
각기목 위에 윗판을 만들어
못을 박아 고정하면,
그럴 싸한
"쓰케트"가 만들어 졌었다.
이어,
뒷동산에서
곧게 뻗은 소나무를 잘라와
손잡이를 만들고,
대못을 박아
"송곳"을 만들면 완성...
그 해 겨울,
그 "쓰케트"를 타고
씽씽 얼음을 지치던 추억이
아른아른 떠오르는 날,
영하의 매서운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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